삼성전자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사업부문의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지시각으로 4월18일, 삼성전자가 HDD 사업부를 15억 달러에 매각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우리나라 돈으로 1조 6천억원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HDD 사업부를 매각하면 전 세계 HDD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최근 시장 판도의 변화에 따라 HDD 산업의 수익률은 꾸준히 감소해 왔다. HDD 대신 플래시메모리를 사용하는 태블릿 PC나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출하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도 지난 3월, 2011년 부터는 HDD 시장이 줄어들 것이라는 자료를 내놨다. 아이서플라이는 HDD 출하량이 2010년 4분기, 1억 6천750만 개에서 2011년 1분기에는 1억 6천만 개 수준으로 약 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파이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 2010년 4분기 전 세계 HDD 시장 점유율 (출처 : iSuppli)
지난 3월, HDD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웨스턴디지털이 3위 업체 히타치 GST를 인수한 것도 삼성전자의 이러한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히타치를 인수하기 전 웨스턴디지털의 시장점유율은 38% 수준이었다. 웨스턴디지털은 18%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던 히타치를 인수함으로써 50%에 육박하는 시장을 끌어안게 됐다. 1~2% 수준의 근소한 차이로 웨스턴디지털을 추격하던 2위 업체 씨게이트와 격차를 벌리는 동시에 HDD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게 됐다. 삼성전자 HDD의 2010년 4분기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10% 수준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의 HDD 사업부를 인수할 유력 후보로 씨게이트가 지목되고 있다고 전했다. 씨게이트가 삼성전자 HDD 사업부를 인수하게 되면 웨스턴디지털과의 차이를 다시 좁힐 수 있다. 전 세계 HDD 시장이 웨스턴디지털과 씨게이트의 양강체제가 확립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HDD 사업부를 매각한 후 다량의 현금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부문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미국 바이오업체인 퀸타일즈와 공동 투자를 기획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가 HDD 사업부를 조기에 매각하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10억 달러 수준에서도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내부에서도 확인이 안 되고 있다”라며 “현재 확인 중”이라고만 답변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HDD와 플래시메모리를 동시에 생산하고 있다. HDD와 플래시메모리가 서로 경쟁하는 사업부문이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결정이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