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사업부를 분사할 계획이라던 HP가 말을 바꿨다. 맥 휘트먼 HP 신임 CEO는 “HP 퍼스널 시스템즈 그룹(PSG)을 유지하는 것이 더 큰 이익이다”라고 미국 현지시각으로 10월27일 발표했다. 리오 아포데커 HP 전 CEO가 지난 8월, PC 사업부를 분사할 생각이라고 밝힌 지 두 달여가 지난 시점에서 정반대 결정을 내린 셈이다.
이날 HP 현지 보도자료를 통해 맥 휘트먼 CEO는 “HP는 PSG 그룹이 전략과 경영, 재무 각도에서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평가했다”라며 “분석 결과 PSG 그룹을 유지하는 것이 사용자와 파트너 업체, 직원, 주주에게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맥 휘트먼 CEO는 “PSG 그룹과 함께 HP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PSG 그룹이 HP에 중요한 부문이라는 설명이다.
리오 아포데커 전 CEO는 PC 사업부 수익성이 날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기 때문에 분사를 고려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맥 휘트먼 CEO의 생각은 다르다. 맥 휘트먼은 HP CEO가 되자마자, PSG 그룹이 가진 가치를 재평가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PC 사업을 담당하는 PSG 그룹의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 HP PC는 전세계 시장점유율 20% 이상을 차지하며 기업 내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매출 규모로 따져봐도 PSG 그룹은 HP가 한 해 벌어들이는 전체 매출에서 3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맥 휘트먼 CEO는 “HP는 하드웨어 업체”라며 “소프트웨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HP는 아직 하드웨어 부문에서 할 일을 다 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아직 HP가 하드웨어 분야에서 할 일이 더 많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동시에 하드웨어 업체에서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업체로 HP를 탈바꿈하려던 리오 아포데커 전 CEO의 전략에 정면으로 맞선 것으로 볼 수 있다.
HP는 리오 아포데커 전 CEO가 내세운 전략의 하나로 영국 기업용 검색엔진 업체 오토노미에 인수를 제안했고, 리오 아포데커 CEO가 경질된 이후 지난 10월 초, 맥 휘트먼 CEO 지휘 아래 인수작업을 마무리지었다.
맥 휘트먼 CEO가 하드웨어 업체로서 HP 지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정보관리 시장과 분석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HP의 소프트웨어 전략이 어떻게 맞물릴 지 관심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