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를 대신할 또 하나의 새로운 결제 시장이 열리고 있다. 물물교환, 동전, 지폐, 신용카드에 이은 ‘모바일 결제’다. 바코드나 NFC(근거리무선통신) 기술을 활용한 결제로, 종류도 다양하다.
이 중 NFC 기반의 결제 수단이 차세대 모바일 결제 시장을 이끌 주자로 유력하다. 이미 지난 9월 구글은 NFC 기능을 담은 첫 스마트폰인 넥서스S와 함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구글지갑 서비스를 개시했다. 국내 통신사들도 저마다 ‘손 안의 지갑’이라는 구호를 앞세우며 NFC를 활용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금방이라도 NFC를 활용한 결제 시장이 열릴 것 같았다.
그러나 기대감과 다르게 2011년 NFC를 활용한 모바일 결제 시장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구글지갑은 오히려 NFC를 통한 결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용자들의 불만을 샀다. 급기야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버라이즌은 갤럭시 넥서스에 구글지갑 기능을 빼달라고 요구했다.
ABI리서치 존 데블린 시장 조사 감독은 “2011년에 많은 기업들이 NFC를 활용한 결제에 관심은 보인 것과 다르게 NFC 결제가 보인 성과는 매우 미비했다”라며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결제하길 원하는 소비자 기대를 충족하기에는 아직 모바일 결제 시장이 갈 길이 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2012년에도 NFC를 활용한 결제 서비스는 꾸준히 등장하겠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아직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아마 천천히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본다”라고 덧붙였다.
NFC를 활용한 결제는 NFC 기능만 있다고 해서 서비스가 완성되지 않는다. 통신사, 카드사, 부가통신사업자(VAN)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고객의 결제 정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통신사와 카드사는 무엇을 협력할 것인지를 구체화 할 필요가 있다. 데블린 시장 조사 감독은 “구글 혼자서는 NFC 결제 시장을 형성할 수 없으며, 콘텐츠와 서비스가 있다고 해서 결제 시장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구글은 시티그룹과 마스터카드 외에도 다양한 결제 서비스 회사와 손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간 나온 모바일 결제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가장 중요한 ‘결제’ 기능이 미비했다는 뜻이다. 그는 버라이즌이 ‘보안강화’가 이뤄진 다음에가 갤럭시 넥서스에 구글지갑 기능을 활성화 시키겠다는 점을 예로 들며, 결제 서비스에 근본적인 기능에 NFC가 초점을 맞춰 2012년에는 진행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행히도 국내에서도 ‘협력’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NFC 활성화를 위해 ‘NFC기반 모바일 스마트 라이프 활성화’를 위한 시행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NFC를 통한 시장 형성을 위해 카드사와 이동통신사, VAN사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봤다.
NFC 결제 서비스를 먼저 출시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제대로 된 서비스를 만들어내느냐가 더 중요하다. 지난 7월 가트너는 NFC 기반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의 복잡성 때문에 보편적으로 채택되기에는 적어도 4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국내도 NFC 가맹점을 늘리고 서비스를 내놓는데 집중하기 보다는 금융권과의 연계를 통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선보이는 게 중요하다.
이미 NFC 단말기 사용자들 사이에서 NFC 교통카드를 충전할 때 내는 수수료인 1천원을 두고 시끌시끌하다. 저마다의 이익을 앞세워 너무 급하게 NFC 시장을 통신사와 카드사들이 끌고 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다.
